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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하울의 움직이는 성] 할머니가 된 소녀의 판타지 사랑이야기 (스포O)

by 심표맨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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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누가 우리 쪽 이익을 대변하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저는 반전(Anti-War) 성격이 강한 사람이라 관련된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총칼을 든 모습은 또 보기가 싫어서 조금은 우회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갖고 왔습니다.

현존하는 애니메이션 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라 안에서도 매출 1, 2위를 다투는 작품이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영화 중 관객 동원 1위에 빛나는 명작입니다.

마녀의 저주로 90세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가 하울을 만나 벌어지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줄거리

아버지가 물려준 작은 모자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고 있는 소피와 함께 영화는 시작됩니다.

무도회에 가자고 해도 자신감이 없고 어린 나이에 생기는커녕 의욕도 없어 보입니다.

소피는 울적한 기분을 달래려 동생을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거리는 온통 이웃나라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환송하는 인파로 북적입니다.

길을 헤매던 소피 앞에 껄떡대는 군인 두 명이 길을 막습니다.

건달처럼 차 한 잔 하자고, 화내는 것도 귀엽다며 끌고 가려고 합니다.

그때 출중한 외모의 금발머리 남자가 나타납니다.

어깨에 팔을 두르고 일행인 척 말을 거는데, 신기하게도 손짓 한 번으로 이 상황을 해결합니다.

이 백마 탄 왕자가 바로 하울입니다.

데려다주겠다며 같이 걷는데, 그 뒤로 정체 모를 검은 괴물이 따라붙습니다.

소피와 함께 도망치던 하울은 갑자기 하늘 위로 올라가고, 소피와 함께 하늘 위를 걷습니다.

마을을 내려다보며 산책하듯 둘은 함께하는데, 시끌시끌한 시가지와는 다르게 오직 둘만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하울은 이렇게 소피의 혼을 쏙 빼놓고 사라집니다.

그날 밤, 소피의 가게에 불청객이 들이닥칩니다.

무례한 말투의 손님을 소피가 내쫓으려고 하자 황야의 마녀에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저주를 겁니다.

하울을 노리던 황야의 마녀가 낮에 있었던 일을 두고 질투를 느껴 소피를 90세 할머니로 만든 겁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 소피지만, 절망적이기보다 생각보다 담담합니다.

오히려 외모에 자신 없어하던 꽃다운 청춘보다 더 생기발랄해진 느낌입니다.

달라진 모습으로 남을 수 없었던 소피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도망하게 됩니다.

힘들게 산을 오르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그때, 우연히 지팡이로 쓰려고 잡았던 나뭇가지가 허수아비인 걸 알게 되고 소피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결국 묵을 곳이 없었던 소피를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 안내합니다.

그렇게 하울의 성에 들어가게 된 소피는 성을 지키고 움직이게 하는 불의 악마 캘시퍼를 만나 그 온기에 그만 잠이 듭니다.

다음날 시끄러운 소리에 변신하는 꼬마 마법사 마르를을 보게 됩니다.

마르클은 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하곤 했는데, 그걸 본 소피는 문을 돌려 나오는 색에 따라 다른 곳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침식사를 차리려고 하는 소피의 뒤로 성주인 하울이 도착합니다.

전에 봤던 생기발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엄청 지친 기색입니다.

누구냐고 묻는 하울에게 소피는 청소부를 자청하는데, 별다른 질문 없이 그렇게 식구가 됩니다.

그날부터 소피는 성을 구석구석 쓸고 닦아 깨끗하게 만듭니다.

모자 가게에서 갇힌 듯 살아가던 소녀가 어쩐지 할머니가 되고 난 후 더 의욕적으로 보이는데, 어쩐지 소피는 지금의 모습이 더 마음 편하기까지 합니다.

한편 온 세상을 뒤덮은 전쟁은 점점 격렬해지고 하울은 괴물들과 격투 끝에 지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사실 자신도 괴물의 모습을 한 마법사였던 것입니다.

따뜻한 목욕물을 부탁하고 씻는 하울은 갑자기 소리치며 날뛰기 시작합니다.

금발의 머리색을 만들어주는 마법이 소피의 청소 때문에 달라졌다는 이유입니다.

머리색 하나 바뀌었다고 심하게 절망하는 하울은 아름다우면 살 의미가 없다며 몸져눕기까지 합니다.

그런 자신을 돌보는 소피에게 하울은 사실 자신은 전쟁을 싫어하는 겁쟁이라고 털어놓게 됩니다.

소피는 어떨 결에 그런 하울 대신 전쟁에 나서기 싫다는 거절의 뜻을 밝히기 위해 왕궁으로 갑니다.

하울의 어머니로 정체를 숨기고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하울의 마법 스승인 설리만입니다.

설리만은 소피에게 하울이 과거에 심장을 두고 악마와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마음이 없는 것에 비해 넘치는 힘은 가만히 두면 독이 될 거라며 악당이 되길 막기 위해서라도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치매노인이 된 황야의 마녀를 보여주며 하울의 짓이라고 설명합니다.

만약 하울이 오지 않는다면 힘을 빼앗겠다고도 협박합니다.

듣고 있던 소피는 하울을 진심으로 믿어주며 하울의 마음을 대변하게 되고 그 순간 소녀의 모습이 돌아옵니다.

그 광경을 본 설리만은 하울을 정말 사랑하시는군요 어머니, 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그 말에 놀란 소피는 곧바로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마침 소피를 데려가려고 국왕의 모습으로 변신한 하울을 마주친 설리만은 못 빠져나가게 마법을 겁니다.

포악한 모습으로 변하기 직전 소피가 막아서고 그 덕분에 둘은 탈출에 성공합니다.

정확히는 둘이 아니라 황야의 마녀와 설리만의 개까지 넷이 돼 하울의 성으로 돌아옵니다.

하울은 군식구가 는 만큼 설리만에게 더 이상 잡히지 않게 이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바뀐 집 안의 모습은 소피의 고향집입니다.

소피의 방은 저주에 걸리기 전 생활하던 모자 가게, 고마움의 표시인지 분홍색 문을 열자 소피를 위해 준비했다는 드넓은 꽃밭이 나오기도 합니다.

손을 잡고 거니는 둘의 모습에서 소피는 자꾸 언뜻언뜻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행복한 것도 잠시, 설리만의 부하들에게 은신처를 발각되고, 소피를 성에 숨긴 채 또 하울은 싸우러 갑니다.

포탄이 떨어지고 주변이 다시 전쟁터가 되자 하울은 소피를 지키겠다며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순간 또 젊어진 소피는 위험하다며 하울을 말립니다.

하울은 이제껏 도망쳤지만, 이제는 지킬 것이 생겼다며 전쟁터로 나서고 가만히 볼 수 없었던 소피는 캘시퍼에게 머리카락을 주고 새로운 계약을 합니다.

힘을 얻은 캘시퍼는 하울이 있는 곳으로 성을 움직입니다.

긴박한 와중에 캘시퍼가 품고 있던 하울의 심장을 본 황야의 마녀는 그걸 먹겠다고 난동을 부리는데, 그 바람에 하울의 성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절망하는 소피는 하울이 준 반지가 내뿜는 빛을 따라가는데, 그곳에서 캘시퍼에게 심장을 주고 계약하던 하울의 어린 시절로 가게 됩니다.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소피는 힘차게 소리 지릅니다.

내 이름은 소피, 꼭 다시 올 테니 나를 기다려줘!”

그리고 돌아온 현실에선 전투에서 만신창이가 된 하울이 소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피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입맞춤하게 되고, 둘은 부서진 집에 있던 캘시퍼를 찾아 심장을 되찾으려 합니다.

캘시퍼의 심장이 마침내 하울에게 들어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캘시퍼는 자유의 몸이 되고 남아있던 집마저 부서지게 되자 허수아비는 몸을 날려 이들을 구합니다.

고마운 마음에 소피가 허수아비에게 입맞춤을 하자 허수아비의 저주까지 풀립니다.

사실 이웃나라 왕자였던 허수아비는 고국에 돌아가 전쟁을 멈추겠다고 합니다.

유리구슬로 모든 걸 보고 있던 설리만은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하고, 소피와 하울은 그렇게 행복한 일상을 맞이합니다.

 

2. 감상 포인트

서정적인 작화에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저주도, 전쟁도 멈춘 건 다름 아닌 할머니라는 평범한 설정에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젊었을 때 모자를 만들던 소녀는 자신감이 없고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의욕도 없어 분위기는 오히려 그쪽이 더 90세 노인 같았습니다.

하울과 지내며 겉모습에 좌절하지 않고 하울을 대변해주는 모습이 더 청춘 같았는데, 소피는 저주를 통해 외면이 아닌 내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제작자 사이에서 늙은 할머니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 반문을 던졌다고 하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여성의 매력은 나이나 외모가 아니라 자신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나 태도에서 나온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어느새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소피 스스로 잊었듯 보는 저마저 어느 순간 소피가 노인이든 소녀이든 상관없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해 본인의 저주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의 저주까지 끊어내는 걸 보며 연령에 상관없이 용기를 줍니다.

또 넓은 아량은 바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자신에게 저주를 건 황야의 마녀까지 데려와 거두는 걸 보고는 이해는 안 됐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울의 성은 처음에 봤을 때 집이라기보다 고물 더미 같이 보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하울에겐 지친 자신을 온전히 숨길 수 있는 피난처의 느낌이라 각종 고물이나 쓰레기, 세상에 버려진 하찮은 모든 존재까지 포용하겠다는 하울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소피의 청소는 하울의 복잡했던 마음을 맑아지게 한다는 개념이고 그 덕에 자신을 고립시켜 숨기보다 진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서두에 얘기했든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선택한 이유는 전쟁은 누구든 병들게 한다는 이 영화 속 메시지와 더불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치관 때문입니다.

실제 이 영화로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는 참석하지 않습니다.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던 미국이었기에 한 마디로 전쟁국가가 주는 상은 안 받겠다는 감독의 의지와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의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3. 총평

상처받은 이들의 화합과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전 세대에 위로를 전하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시그니처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가 오케스트라 버전부터 피아노 버전까지 조금씩 편곡을 다르게 해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데, 영화를 다 본 후에도 귓전에 떠나지 않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처참한 전쟁을 멈추고, 부디 마을을 내려보며 하늘을 거닐던 자유로운 두 사람의 모습처럼 세상이 편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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