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이 많고 하루 동안 쓴 감정이 조금은 넘칠 때, 저는 툭툭 탁탁 박자감 있는 액션 영화를 찾습니다.
소리에서 경쾌함과 빠르게 바뀌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그 순간만큼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시간을 따라 흘러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반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은 첩보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를 만나볼까 합니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무장하고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던 특수장비가 007 시리즈의 백미일 것 같습니다.
이안 플레밍 소설 작가의 원작으로 시작됐고 영국 영화 대표 장수 시리즈입니다.
또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5편의 시리즈 중 저는 ‘007 스펙터’ 리뷰를 쓸 겁니다.
6대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극강의 야성미와 압도적인 스케일이 특징입니다.
1. 줄거리
자신의 과거를 쫓던 제임스 본드가 최악의 범죄조직인 스펙터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위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죽은 자들의 날 축제가 한창인 멕시코시티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북적이는 골목길을 지나 한 여인과 입맞춤하는 남자, 바로 제임스 본드입니다.
그는 사실 임무 중인데, 건물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도청하기 시작합니다.
폭파는 언제인지, 그 뒤 계획은 무엇인지 등등 필요한 정보를 얻은 후 목표물을 바로 암살합니다.
건물 안 폭탄까지 한 번에 터지면서 건물은 무너지고 일대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대상인 스키아라를 따라가던 제임스 본드는 스키아라를 구하러 온 헬기에 따라 타고 위험천만한 몸싸움을 벌입니다.
목숨을 건 사투에서 살아난 제임스 본드는 스키아라를 제압하며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문어모양 반지를 빼앗아 본부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본부는 현장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007 때문에 상황이 난처하다며, 정직 처분을 내립니다.
이때 들어오는 신입 합동 정부 국장 C를 소개받은 제임스 본드는 C가 구상하는 새로운 정보수집체계를 듣게 됩니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빠짐없이 감시하는 강력한 감시망이라고 소개합니다.
한편 제임스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임무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지난번 죽은 상사, M의 유언 같은 미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르코 스키아라를 찾아서 죽이고 장례식장까지 꼭 확인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가기 전 Q의 작업실에 방문한 제임스는 우발 행동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스마트 블러드를 주입합니다.
혈관으로 들어간 칩은 제임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본부에 전송하게 되는데, 제임스는 Q에게 자신을 사라지게 해 달라는 아주 작은(?)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Q는 48시간의 자유시간을 제임스에게 선물합니다.
그렇게 로마에 있는 스키아라 장례식에 참석한 제임스는 스카이라의 죽음으로 표적이 된 아내 루시아를 조직으로부터 구해주고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습니다.
제임스는 그녀가 말해준 조직의 회의장소로 찾아가는데, 마치 암흑세계 거물급이 다 모인 것 같은 회의장이 나옵니다.
자신들을 배신한 페일 킹을 어떻게 처단할지 의논하던 중에 어둠 속에 가려진 최종 보스 같은 남자가 몰래 숨어든 제임스 본드에게 인사합니다.
이내 추격전은 시작되고 숨 막히는 로마 시내의 질주가 벌어집니다.
제임스는 지인의 도움으로 페일 킹의 존재를 알아내고 회의장에서 나왔던 또 다른 이름인 프란츠 오버 하우저라는 인물의 뒷조사도 부탁합니다.
본드카의 시그니처 기술들을 모두 쓰고서야 간신히 탈출하는 제임스는 곧장 설산 위 어느 고급 병원으로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박사 스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스완은 사실 페일 킹의 딸이었습니다.
앞서 페일 킹을 찾아간 제임스가 협조를 부탁하지만, 자신의 딸을 보호해주면 라메리칸으로 데려가 줄 거라는 말만 남긴 채 자살해버립니다.
때마침 Q는 제임스를 찾아와 프란츠 오버 하우저는 이미 20년 전에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산사태로 죽은 사람이라고 알려줍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스완은 로마에서 제임스를 쫓아왔던 조직원 힝스에게 납치당하고 맙니다.
제임스는 비행기로 그들을 추격하고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결국 스완을 구하는 데 성공합니다.
무사히 Q의 숙소에서 세 사람이 모이고, Q는 모든 적들이 한 조직의 멤버였음을 확인시켜줍니다.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그 조직의 이름은 스완이 알고 있었습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악의 조직, ‘스펙터’입니다.
제임스는 스완의 안내를 받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찾은 라메리칸에서 숨겨진 방을 찾습니다.
스펙터를 배신한 페일 킹이 추적하고 있던 좌표를 발견하곤 열차를 타고 따라갑니다.
거기서 잠깐 숨을 돌리는 스완과 제임스는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는데, 훼방꾼 힝스가 또 나타납니다.
힝스의 괴력에 제임스는 궁지에 몰리고 스완이 나서서 돕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기지를 발휘해 겨우 힝스를 밖으로 떨어트린 둘은 고난 끝에 새로운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곳은 지도에도 없는 스펙터의 본부인 비밀기지였습니다.
비밀의 방에서 만나게 된 자는 바로 수장 오버 하우저, 이 비밀기지에서 전 세계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 구조가 어딘가 C가 말한 프로그램과 닮아있다는 점을 눈치챈 제임스는 C도 스펙터와 한 패라는 걸 알아냅니다.
제임스를 고문하는 오버 하우저는 제임스와의 오랜 악연에 대해 얘기합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잃은 제임스를 오버 하우저의 아버지가 거둬 돌봐줬는데,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여겼던 오버 하우저가 증오심에 불타 아버지를 산사태 사고로 살해하고 제임스의 주변 인물들까지 하나씩 제거해나갔던 것입니다.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제임스는 지켜보던 스완을 불러 Q가 준 시계를 건네며 말합니다.
1분.. 사실 시계가 아닌 수류탄이었고 그 기회를 틈타 비밀기지에서 탈출한 두 사람 뒤로 기지가 통째로 날아가버립니다.
그 후 스펙터의 음모를 막기 위해 영국으로 넘어가는데, 기다리고 있던 스펙터 일당에게 제임스가 납치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적들을 제압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첩보부의 폐건물 앞이었습니다.
그곳엔 오버 하우저가 병적으로 꾸며놓은 제임스의 과거들이 얽혀있고, 그 끝자락에서 오버 하우저를 다시 만납니다.
3분 뒤 건물이 무너진다고 알려주고 스완을 구하러 가는 제임스는 온 건물을 샅샅이 뒤진 후에야 겨우 스완을 찾아 피신합니다.
그리고는 오버 하우저의 헬리콥터를 작은 권총 하나로 탕탕 격추시키는 신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살인면허를 가진 스파이 007이지만, 악의 고리를 끊겠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결국 오버 하우저를 살려주고 스완에게 달려갑니다.
제임스 본드의 고독한 결투는 올드카를 타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 길을 떠나면서 끝이 납니다.
2. 감상 포인트
007의 새 지평을 연 다니엘 표 제임스 본드의 영화입니다.
능글맞은 편에 가까웠던 역대 본드들의 클리셰를 깨고 넘치는 힘을 자랑하는 액션과 육체미를 뿜어냅니다.
돌쇠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였기에 현지에선 캐스팅 반대 운동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샴페인이나 보드카 같은 고급술만 마시던 본드에게 맥주를 쥐어줬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본드의 내면을 보여주기 건드리기도 합니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과 본 시리즈의 등장으로 첩보 스파이 퇴물 취급을 받았지만, 이런 스스로를 뛰어넘는 절치부심의 Reboot 전략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린 편이기도 합니다.
일단 영화의 시작부터 다 깨부수고 시작할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CG가 아니라 실제 세트장을 다 폭파시켰다고 하는데, 제작비만 2억 달러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 실감 나는 액션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본드걸의 달라진 점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성상품화 논란을 벗어날 수 없었던 기존의 연약하고 수동적인 본드걸에서 이번 레아 세이두의 본드걸은 직접 총도 쏘지만 제임스의 과거 키맨의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이야기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영화 1917의 감독인 샘 멘더스 표 연출도 볼만 합니다.
영화는 대규모 스케일로 발전했지만, 007의 클래식한 추격전이나 액션을 많이 차용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촬영기법의 초기를 엿볼 수 있는데, 바로 여러 번 거쳐 찍은 장면들을 정교하게 이어 붙인 언 컨티뉴어스 샷 기법입니다.
사실을 여러 번 나눠서 찍은 영상이지만, 한 호흡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치 주인공과 현장에서 함께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의 1인칭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3. 총평
첩보 스파이의 정석인 007 시리즈가 새로운 부활을 알린 시점의 영화이기 때문에 이후 영화의 스토리까지 이어집니다.
스펙터를 시작으로 최근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까지 본다면 007 세계관에 대한 흥미로운 재미까지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기사에서 노 타임 투 다이 한 편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올해 할리우드가 선정한 최고의 몸값 배우가 됐다니 그 저력을 절절하게 감상할 수 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니엘 표 제임스 본드는 최근 개봉작이 아마 마지막일 것 같은데, 긴 수렁에서 007을 부활시킨 6대 007의 전성기 또한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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