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집 안에 꽁꽁 발 묶인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한 편 소개하려고 합니다.
불멸의 고전 중에 한 편, 바로 ‘로마의 휴일’입니다.
흑백영화임에도 전혀 낡지 않은 오히려 그녀의 미소와 패션 덕분에 경쾌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50년대의 패션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1954년 제2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원작상 그리고 여우주연상까지 휩쓸었습니다.
궁전에서 도망친 공주 앤 역에는 오드리 헵번이, 그녀를 취재하는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로는 그레고리 펙이 출연했습니다.
1. 줄거리
유럽 전역을 순방 중인 앤 공주는 촘촘히 짜인 일정을 바쁘게 소화합니다.
첫 번째 순방지인 로마에서의 첫날밤, 대사관에서 주최한 파티에서 각국의 대사들과 접견합니다.
오랜 시간 하이힐을 신고 긴장된 채 시간을 보내던 앤은 남몰래 드레스 밑에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기도 합니다.
여자라면 하이힐의 고통에 모두 공감할 장면입니다.
그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잠들기 전, 서민들의 파티를 부러운 듯 내려다보는 앤.
다음날 일정을 보고하던 백작부인에게 갑자기 흥분하듯 소리칩니다.
주치의의 수면제를 맞고서야 겨우 진정하는 듯 보이지만, 쉽사리 잠들진 못합니다.
결국 몰래 빠져나온 앤은 한 트럭에 몸을 싣고 잠이 듭니다.
공주의 순방 일정을 취재하는 조 브래들리는 몇 달째 방세가 밀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우연히 집에 가는 길에 길가에서 잠든 여자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약 기운에 실크가운을 찾기도 하고 옷 벗는 걸 요구하는 등 제멋대로 구는 앤.
우여곡절 끝에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둘은 늦잠을 자버립니다.
부랴부랴 사무실에 찾아간 조는 거기서 앤 공주의 사진을 처음 보게 됩니다.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술 주정뱅이가 앤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특종을 잡기 위해 공주를 속이기로 합니다.
앤은 조와 작별인사를 하고 시가지를 구경하며 모처럼의 자유시간을 누립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헤어커트 장면이 나옵니다.
미용실에 들어가 과감하게 단발로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아마 이 장면에서 탄성을 지른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와중에 조는 사진기자까지 몰래 붙여 마치 우연히 또 만난 듯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로마를 배경으로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진실의 입 앞에서 장난을 치는 등 영락없이 데이트를 한 두 사람.
그러다 밤이 되고 한 파티장에 들어간 둘을 지켜보는 비밀요원에게 정체를 들킵니다.
앤을 막무가내로 잡아가려던 요원과 조의 난투극이 펼쳐지고, 그러다 함께 물에 뛰어든 앤.
그 순간 짧은 하루지만, 특별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의 눈빛에선 사랑이 느껴집니다.
첫 입맞춤도 잠시, 앤 공주는 대사관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뜨거운 포옹과 아쉬운 작별.
다음날 아침, 특종을 요구하는 신문사 국장에게 조는 앤 공주와의 일을 비밀로 합니다.
그리고 앤 공주의 마지막 기자회견장에서 둘은 마주칩니다.
다시 우아한 공주로 돌아간 앤과 기자석에 서있는 조.
먼발치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던 이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감정을 나눕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서로가 진실했음을 은유적으로 고백합니다.
그렇게 둘은 달라진 신분으로 마지막 악수를 하게 되고, 조는 쓸쓸하게 자리를 돌아 나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2. 감상 포인트
전 세계가 마음에 담은 로마에서의 단 하루, 클래식은 영원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발레리나 출신의 무명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의 첫 주연작으로, 감독은 이 영화를 찍고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오드리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라며 단언했고 그게 예언으로 적중했습니다.
첫 장면부터 고급진 패션으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패션을 잘 담아내고 있는데, 흑백 필름임에도 컬러가 보이는 듯 모든 패션 아이템이 유행으로 등극합니다.
전설적인 대배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세계를 휩쓴 헵번룩을 만들어냅니다.
데이트할 때 보였던 타이트한 상의에 여유로운 풀 스커트가 대표적인데, 오드리의 마른 체형은 가리면서 잘록한 허리와 볼륨은 끌어낸 스타일입니다.
심지어 영화 절반 동안 이 착장 한 벌로 나오는데, 소매를 접어서 올리거나 스카프를 목에 두른다거나 하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연출했습니다.
처음엔 관능미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기획 초기에 주인공으로 낙점됐으나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미용실에서 단발로 확 자르는 장면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부분의 주연급들은 여러 작품을 하거나 겹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인의 오드리는 그걸 무시하고 시도할 수 있었고 그게 성공적이었던 겁니다.
아직까지도 영향을 주는 활용되고 있는 헵번룩의 뒷 이야기에는 조금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워낙 마른 체형이던 오드리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어쩔 수 없이 굶게 됐고 영양실조로 그렇게 마른 몸을 가진 것이라고 합니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지어지는 오드리 헵번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 영화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총평
전 세계가 마음에 담은 공주와의 단 하루를 보여주는 것이 독특한 발상이였습니다..
이 설정만으로도 설레지만, 독보적인 패션 아이콘이자 영화계를 떠난 후에도 아름다웠던 삶을 산 오드리 헵번의 첫 주연작을 지켜보는 것 또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의 휴일을 시작으로 사브리나와 티파티에서 아침을 등등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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